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인간이 불을 집어든 날, 첫 셰프가 탄생했습니다. 100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음식에 문화를 담았습니다. 미식을 좇는 가장 오래된 예술가, 셰프들의 이야기입니다.




옥동식 셰프.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엄마 옆집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나요!”
가수 토니안이 미국에 살던 어린시절, 그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경찰이 집안을 뒤져 발견한 건 끓고 있던 청국장이었다.
청국장 냄새를 ‘시체 썩은 내’로 오해한 주민이 조선주
경찰에 신고해 벌어진 일이었다. 해외에 거주한 한국인 중에는 비슷한 일을 경험한 이들이 많았다. 이런 사실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한식이 외국인에게는 끔찍한 ‘악식(惡食)’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했다. 나아가 한식의 세계화는 불가능 하다는 마음의 벽마저 세워졌다.
돼지곰탕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옥동식 셰SKC솔믹스. 주식
프는 말한다. 청국장도 세계인이 사랑할 수 있다고.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온전히 해외의 식재료로 만든 청국장이어야 할 것. ‘외국 현지의 식재료’, 이것만이 한식의 세계화를 열 비밀의 열쇠라고 그는 일갈한다. 옥동식 셰프는 오히려 ‘한국의 식재료로 만든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세계화를 막는 족쇄라고 강조한다.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주신2000
한국인에게만 적용되는 진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나는 재료로 청국장을 만들어 미국인들에게 대접해 본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어린아이까지 청국장을 잘 먹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미국인에게는 미국에서 나는 식재료가 신토불이입니다. 특히 장 맛은 공기에 떠다니는 미생물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미국에서 장을 만들면 전혀 다른 맛미국주가
의 장이 만들어집니다. 오히려 저희에겐 이국적이지만, 그들에겐 익숙한 맛과 향이 나는 거죠. 미국에서 자란 배추와 고추, 무로 만든 김치와 한국의 식재료로 만든 김치는 똑같은 레시피라도 완전히 다른 맛을 냅니다. 외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본토의 맛이 느껴지는 한식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그 나라의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LG전자분석
입니다.”



옥동식 셰프. 인스타그램


옥동식 셰프는 K팝에 기대는 정부의 한식 셰계화 기조를 지양한다. 미식의 세계는 오로지 ‘맛’으로만 통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국 문화를 아무리 동경한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요리로서는 끝이다. 한복의 미를 몰라도 한복을 입고 아름답다 말할 수 있다. 한국 민요가 난해하더라도 귀에 담아 감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역한 음식은 아무리 삼키려 해도 내색을 숨기기 어렵다. 심하면 ‘구토반사’가 일어날만큼 혀와 코는 민감한 감각 기관이다. 음식 앞에서는 누구나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한국을 동경한다 한들 맛이 없는 음식은 세계화가 불가능합니다. 미각은 통각만큼이나 가식이 통하지 않는 감각입니다. 많은 서양인이 일본 문화를 동경해 그들의 애니메이션과 음악, 미술을 즐기지만 회는 도저히 삼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정통 스시가 아닌, 캘리포니아롤 형태로 변형해 먹곤 하죠. 한국 문화가 강세라하더라도 단순히 여기에 편승해 성공을 바란다면, 100전 100패일 것입니다. 중요한 건 맛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선별해 세계화를 시켜야 하는 거죠.”

美 미식 평론계 뒤흔든 옥동식 돼지곰탕의 비밀




뉴욕타임즈(NYT) 선정 뉴욕의 100대 레스토랑 40위에 랭크된 옥동식 뉴욕점


옥동식 셰프는 ‘미식 외교관’으로 불린다. 그는 돼지곰탕을 글로벌 무대에 성공적으로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옥동식 셰프는 2023년 4월 뉴욕 맨해튼에 옥동식 뉴욕점을 오픈했다. 옥동식 뉴욕점은 이 해 뉴욕 100대 레스토랑 40위를 차지했다. 뉴욕타임즈(NYT)가 발표한 뉴욕의 최고 요리 8선에도 선정됐다. NYT는 “맑고 노릇노릇한 돼지고기 육수에 흰 쌀밥을 넣고 끓인 돼지곰탕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요리”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저명한 음식 평론가 피트 웰스는 옥동식의 돼지곰탕의 국물을 “지금껏 먹어본,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액체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옥동식은 뉴욕에 이어 도쿄와 파리, 하와이에도 지점을 준비 중이며 전세계 50개 도시에 지점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옥동식 셰프의 돼지곰탕. 인스타그램


옥동식 셰프는 원래 직업군인이었다. 전역을 하고 의대를 목표로 공부를 하던 중 남들이 하지 않은 특별한 직군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서른 살에 경희대 조리학과에 진학했다. 조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부와 코트디부아르 한국대사관을 거쳐 광화문에 있는 플레인글로벌이란 회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헤드셰프로 일하게 됐다. 옥동식 셰프는 레스토랑에서 헤드셰프로 있는 5년 동안 자신의 요리가 완성됐다고 자평했다. 이후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총괄셰프로 가게 됐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돼지곰탕을 만들었다. 2017년 3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옥동식’을 오픈해 그해 미슐랭 빕그루망에 선정돼 8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메뉴 개발을 하던 중 호텔에서 남은 자투리 돼지고기를 이용해 곰탕을 끓였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호텔에서 메뉴로 내놓지는 못해지만, 이후로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보완해 제 가게에서 선보이게 됐습니다. 돼지로 만든 국밥은 뽀얗게 끓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려할 때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는 않았습니다. ‘곰탕은 소고기로 만들어야지’라는 반응이었죠. 실제로는 담백하고 시원하고 맑은 맛을 느끼려면, 돼지가 훨씬 좋은 재료입니다. 저희 돼지곰탕을 먹어본 이들이 소보다 더 다채로운 맛이 난다고 평가합니다.”



옥동식 셰프가 사용하는 버크셔K 돼지고기. 인스타그램


옥동식 셰프가 만든 돼지곰탕 맛의 비결은 돼지고기에 있다. 버크셔K 돼지고기를 은은한 불에 끓여 실크같은 쫄깃한 식감을 살리는 게 포인트다. 지방과 살코기를 적절한 비율로 얇게 저며, 손님들에게 버크셔K만의 녹진한 기름맛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잡뼈나 내장 등을 넣지 않은 국물 맛은 탁하지 않은, 맑고 시원한 맛을 낸다.
쌀도 중요하다. 옥동식 셰프는 도정 직후의 쌀을 최고로 친다. 옥동식 셰프는 군산 벼꽃향미쌀을 쓰며, 도정 직후 1주일 내에 쌀을 모두 소비한다. 도정 이후 2주가 넘으면 쌀이 생명을 잃는다고 한다. 좋은 쌀과 적정량의 물로 고슬하게 지은 밥은 곰탕 안에서 알알이 흩어지며, 향긋한 풍미를 뿜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고기와 국물, 밥의 조화는 화사하고 다채로운 맛의 심포니를 상상하게 만든다.

봉황산의 산등성 닮은 ‘시원한 맛’, 제7의 맛으로 인정받고파




옥동식 셰프. 채상우 기자


옥동식 셰프는 큰 꿈이 있다. 한국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시원한 맛’을 제7의 맛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기름맛 다음 일곱 번째 맛으로 시원한 맛의 존재가 있음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시원한 맛은 모든 맛의 끝에 있는 감각이다. 다른 여섯 가지 맛이 혀에 닿는 순간 느낄 수 있다면, 시원한 맛은 목을 넘긴 후 뱃속에서 시작해 식도를 넘어 느껴지는 맛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음식 비평가 피트 웰스는 옥동식 셰프의 돼지곰탕 국물에 대해 “다 먹고난 후 소화불량의 정확히 반대 느낌이 들었다. 한국인들은 이를 ‘시원하다’고 표현한다”고 했다.



옥동식 셰프의 돼지국밥. 인스타그램


“시원한 맛을 제7의 맛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시원한 맛은 한식에서 강조되는 특별한 맛입니다. 시원한 맛을 시각으로 표현하자면, 동틀 무렵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는 봉환산의 산등선같습니다. 부드러운 곡선, 은은하지만 광활한 그 풍경말입니다. 시원한 맛은 강렬하지 않지만, 음식을 다 먹은 후에도 끝까지 여운을 남깁니다. 가장 오래 남는 맛은 결국 시원한 맛이지요. 그 맛을 세계에 인식시키고 싶습니다.”